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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참전기
작성자 初心
작성일 2009-01-28 (수) 09:11
ㆍ추천: 0  ㆍ조회: 983      
IP: 121.xxx.52
호이안 전선의 전운(7)
호이안 전선의 전운(7)
적의 122mm 라켓포는 시도 때도 없이 밤이면 날아와서 우리를
괴롭혔다.
그러나 우리의 벙커가 완벽에 가까울 정도로 견고했기 때문에,
직격탄을 맞지 않는 한 비교적 안전했다.
문제는 신속정확 하기로 정평이 있는 대한민국 해병대의 포병이
한낱 라켓포를 잡지 못해서야 자존심의 문제가 아닌가?
더구나 라켓포가 뜰 때는 인근의 보병대대에서도 육안으로 확인할
정도의 불기둥이 솟아오르는데도 불구하고 아군의 반격사격이
무용지물이 되고 있으니 대대지휘부의 고민은 말이 아니었다.
지금도 내 낡은 사진첩에는 그 징그러운 122mm라켓트 포의 포탄
잔해를 찍어노은 사진이 당시를 말해주듯이 보관되어 있다.
그 공격으로 우리 의무실이 날아가 버린 일은 이미 기술 했거니와
그로인해 우리 대원들이 받는 스트레스(당시엔 그런 말이 없었던 것 같다.)는
노이로제 수준이었으니, 우리들이 그 가공할 라켓포로 인해 전사한
의무실 전우들을 위한 복수의 칼을 갈고 있었다는 것은 당연한 일이였다.

어느 날 아침
인사 봉급담당 행정병 고 대순 병장이 내게 왔다.
“선임하사관 님 여단에 갑시다.”
“여단본부? 나 여단에 갈 일 없는데”
“같이 갑시다. 내가 맥주 살 테니”
“안가, 오늘 할일도 있고, 저녁엔 전투도 봐야 하고,”
그때 진중에선 영화 “전투”를 일주일에 한 번씩 상영해 주고 있었다.
지금은 그 배우 “앤더슨” 중사의 이름은 잊었지만, 그 영화의 자막이 없어도,
전쟁 상황이라 서인지 모르지만 신기하게도 그의 말들을 이해할 수 있었다.
고 대순 병장은  내게 여단 본부에 봉급계산차 가는데 함께 가자고 집요하게
졸라댔다. 평상시 같으면 못 이기는 채 하면서 함께 갔을지도 모르는데,
여하튼 그날은 그러고 싶지 않았다.
고 대순 병장은 그렇게 혼자 여단본부로 떠났다. (나와의 길동무를 포기하고,)
그날 밤 우리는 영화 전투를 관람하면서 전장의 밤을 보내고 있었는데,
9시쯤이나 되었을까? 내 사무실의 E-8전화기의 벨이 유난히 요란하게 울었다.
“선임하사관님 전화 왔습니다.” “야 한창 신나는데, 어디야?”
“여단 방첩대라는데요.” “알았어!” 대답을 하고 수화기를 들었다.
“정보 선임하삽니다”
“거기 고 대순이라는 대원이 있습니까?”
“네 우리 인사 행정요원 입니다. 만 무슨 일입니까?”
“지금 와서 시체 확인 좀 해주십시오.”
“뭐요? 시체라니 ? 고 대순인 지금 여단본부 봉급계산 문제로…….”
말이 꼬여 제대로 되지 않는다.
“예 해안가에서 시체로 발견 되었습니다. 서류가 2802부대 서류고,”
수화기 저쪽의 사람은 말을 끝내지 않은 채 여하튼 속히 오라고만하고
전화를 끊었다.
나는 작전장교 조 설현 대위에게 상황보고를 하고, 작전 장교와 함께
찦을타고 여단본부로 달렸다.
아직도 그 도로 좌우에는 밤이면 우리말로 된 삐라가 살포되고 있고,
가끔은 부비트랩이나 대전차지뢰가 매설되기도 하는 늘 위험이 상존하고 있는,
우리가 완벽하게 장악하지 못한 도로로, 밤에는 여간해서 가지 않는 길이였다.
그러나 상황이 상황인지라 가지 않을 수 없는 입장이어서 운전수를 포함하여
세 사람이 그 길을 최고속도로 주파하여 여단본부에 도착했다.
너무 참혹했다.
“어떻게 된 겁니까?” 작전장교가 물었다. 무심코 따라들어 온 박 상병이
시신을 보고는 입을 틀어막고 밖으로 뒤쳐나갔다.
“해변에서 발견 되었는데, 아군 포 낙탄에 당한 것 같습니다.”
“아군 포라니요? 작전장교가 대들듯 소리쳤다. 그도 그럴 것이 대대에서
오늘은 그 방향으로 사격한 일이 없다는 걸 잘 알고 있는 작전장교가 아닌가?
“확실한건 없습니다. 다만 시신의 훼손정도로 봐선 중화기 이상인 것 같은데,
이 지역에 적이 출몰했다곤 생각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결론은 105mm가
아니라면 4.2인치 일수도 있겠지요.”
방첩대 대위는 그렇게 담담하게 대답했다.
“여하튼 시신을 확인 했으니, 돌아가셔도 됩니다.”
고 대순 병장은 왜? 해변을 걸었는지 그만이 알 수 있는 일이겠으나,
그렇게 여단본부 앞 해변에서 시체로 발견되었다.
오늘 아침 나와의 대화가 그가 남긴 마지막이 되었는지도 모른다.
만약 나와 함께 갔더라면 그러면 나는 또 그 운명을 어떻게 피해갈 수 있었을까?
이렇게 전장에서의 운명은 아슬아슬하게 비켜가기도 하고, 엄청난 아픔을
안아야 하기도 한다. 작년에도, 또 그 전해에도 나는 고 대순의 묘역을,
찾아 동작동에서 그에게 거수경례로 영원한 안식을 빌어주었다.
보병 전우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안전하다는  포병이, 그것도 안전이
보장된다는 행정병도 그 이상한 전쟁에서는 전사할 수 있다는 것이
확인된 사건이었다.
그 후 그가 주고받았던, 편지들의 답장을 내가 대신해 줬는데 그것도 사실은
내게 고통이 아닐 수 없었다.(거짓말을 해야 했음으로)

호이안으로 이동해서 초기에는 아군의 피해가 적지 않았다.
지리적 숙지도 안 되었고, 점차 북진을 하고 있는 셈이었기 때문에
적의 저항이 완강했기 때문이었다.
그 중에서도 3대대 아홉 중대와 열중대가 많은 피해를 입었다.
언제 까지 이 밀고 당기기의 전쟁놀이가 계속될는지 기약 없는 전장에서
병사들은 서서히 지쳐가고 있었고, 때로는 자포자기 상태에서 무모하게
돌격을 감행하다가 전사하기도 했고, 전우의 참혹한 전사를 보면서
인간이 아닌 야수로 변해가고 있었다.

“내일 아침 9시 이전에 아침식사를 끝내고, 전 대원은 동쪽 하늘을 보라.”
이런 내용의 전통이 왔다.
“무슨 일인데” “동쪽이 어느 방향이야?” “디엠반 쪽인가?”
우리는 아침을 일찍 마치고 모두 동쪽하늘을 바라보고 있었다.
하늘은 구름 한 점 없이 맑고, 푸르렀다. 전장만 아니라면 참으로 아름답고,
낭만이 물씬 풍기는 그런 하늘이었다.
이렇게 평안해 보이는 이 나라에 언제나 평화가 오려나?
우리는 그들의 평화를 지켜주기 위해서 여기 서있는것이다.
갑자기 동쪽 하늘이 어두워지는 것 같다고 느끼는 순간 “쿠 쿠쿠쿵” 하는
묵직한 폭음이 들리는 가 했는데 사무실이 지진이라도 만난 것처럼 흔들리고,
동쪽 하늘에서는 번쩍하는 빛이 보였다 싶은데 거대한 버섯구름이 하늘을 가리고,
있었다.
“어~~~어 저게 뭐야? 원자탄 아니야?” 누군가가 소리쳤다.
“야 임마 원자탄이면 우리보고 그것을 보라고 했겠어?”
그랬다 그것은 B52의 가공할 폭격이었다.
우린 비행기도 보지 못했지만, 그 거대한 항공기는 이 아름다운 나라의 산하를
그렇게 유린하고 있었다.
현대과학의 첨단무기를 가진 거대한 공룡과 상대적으로 원시적이라고 할만한
재래식 무기를 가진 겁 없는 사람들과의 전쟁이라니, 처음부터 싸움이라고도
할 수 없는 이 불공평하고 이상한 전쟁에 우리는 이미 너무 깊이 들어와 있었다.
폭격현장에서 8km 정도 떨어진 우리진지는 사무실이 크게 흔들리는 정도였지만,
현장에서 4km정도 떨어진 디엠반의 우리6중대는 늦게 식사한 사람들이 모래바람
으로 준비된 식사에 모래가 섞여 식사를 못했다고, 6중대 주계장인 동기생
최 인철 하사에게 후에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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