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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참전기
작성자 初心
작성일 2009-01-30 (금) 09:21
ㆍ추천: 0  ㆍ조회: 993      
IP: 121.xxx.52
호이안 전선의 전운(8)
호이안 전선의 전운(8)
국토방위의 신성한 의무를 충실하게 수행하던 해병들에게 청룡이라는 이름으로
전장으로 떠나라는 조국의 지엄한 명령은 그들을 전장의 용맹한 전사가 되게 했다.
내 분신처럼 믿었고, 나를 죽음의 문턱에서 살려줬던 그 형제 같던 전우가
바로 지척에서 쓰러져 갈 때 청룡은 야수가 되어 갔다.
부비트랩, 적 스나이퍼의 저격, 보이지 않는 적의 박격포, B40, AK소총
그리고 가공할 120mm 라켓포 세상에서가장 강력하리라 믿어지는 그 땅의
모기들, 울창한 밀림, 땅굴, 이 모든 것들과 싸우지 않으면 안 되는 청룡들은
보이지 않는 또 하나의 강력한 적을 맞이하지 않으면 안 되었다.
그것은 황폐해져 가는 정신세계속의 갈등과 노이로제 현상이었다.
한창 감수성이 예민한 이십대 초반의 젊은 해병들에겐 그것은 무서운 적이
아닐 수 없었다.

6중대 주계 장으로 임무를 수행하던 최 인철 하사는 진해사람으로 나하고는
하사관 학교 동기생이다.
그 동기가 그런 와중에 그 전장에서 돌아오지 못한 것도 그 갈등으로 인하여
발생한 어처구니없는 사고였다.
그 전장에서는 자신의 직책과 는 별도로 또 다른 임무가 있었다. 그 하극상 사건이 나던 그날 밤 최 인철 하사는 주계의 일을 끝내고 야간 순찰중이였다.
“근무 중 이상무” “그래 수고한다. 별일 없나?” “네 이상 없습니다.”
“그럼 계속 수고하라” “계속 근무하겠습니다.” 이렇게 그는 각 초소를 돌면서
병사들의 근무상태를 점검하고 있었다.
내일 아침 식사의 부식은 무엇으로 할까? 라고 궁리하면서, 다음 초소에 들어선
최 하사는 이맛살을 찌푸리지 않을 수 없었다.
근무 중인 초병이 음주를 하고, 흐트러진 모습으로 방탄조끼도 벗어 놓고,
개인 화기는 저 만치 내동 이쳐 놓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야! 너 술 먹었나?” “그래, 먹었다 어쩔래?” “이런, 이런 놈 봤나?”
“흐흐 술 좀 먹었는데 뭐 잘못된 점 있어?”
전 부터 근무태도가 불량해서 늘 지적을 받던 초병은 더 이상 대화를 할 수 없는
상태로 취해 있었다.
“너 벙커로 들어가 다른 사람하고 교대시켜 줄 테니까” 최 하사는 그렇게 말하면서
초병을 일으켜 세우려고 했다.
“필요 없어, 나 여기서 죽으면 그 뿐이야” 초병은 그렇게 소리치고 있었다.
초병은 울고 있으면서 이 하늘같은 하사관에게 항명을 하고 있었다.
이렇게 말리고 뿌리치면서 얼마나 신경전을 벌렸을까?
초병이 갑자기 가슴에 달린 수류탄을 뽑아 안전핀을 빼버리고,
“이봐 최 하사관 잘됐네!  우리 여기서 같이 가면 되겠지?” 하는 것이었다.
위험을 감지한 최 하사는 그 초병의 손을 잡고 수류탄을 빼앗으려 했다.
그 순간 수류탄은 초병의 손에서 벗어나 땅에 떨어지고,  “꽝~~”하는
폭발음과 함께 두 사람은 만신창이 되어 쓰러졌다.
이렇게 최 인철하사는 그 전장에서 돌아올 수 없었다. 전쟁은 이렇게
인간의 이성을 마비시키고, 해서는 안 될 행동도 하게했다.

작년 현충일에 동작동에서 말없이 잠들어 있는 그의 묘 비석을 찾았다.
그 앞에서 뜻밖에 그의 친 동생이며, 하사관 후배인 최 인갑 하사를 만났다.
이런 일들은 잘 드러나지 않지만 어디서든지 항상 일어날 개연성이 있기에
우리는 하사관들에게 특별히 지시하여 수병들의 마음을 이해하고 헤아려
주어야 한다는 지침을 내려 보내기도 했다.

어느 날 저녁,
석식을 끝내고 중대장 정 진수 대위의 벙커엘 갔다.
노크를 하고 벙커 안에 들어섰을 때 중대장은 당황하며, 눈가를 급히 닦고 있었다.
남 몰래 울고 있다가 내게 들킨 것이었다.
손에는 어제 배달된 편지가 들려 있었다.
“중대장님 집에 무슨 좋지 않은 일이 있습니까?”
“........” 중대장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중대장 정 진수 대위는 해간24기로 원칙에 충실한 사람으로 대원들에게는
악명(?)을 떨치고 있을 정도로 철두철미한 사람이었다.
우리는 그를 “찐빵 중대장”이라고 부르기도 했는데, 대원들의 입장에서는
피도, 눈물도 없는 냉혈한으로 찍혀 있었다.
그러나 그 전장에서 원칙이 무너진다면 그 부대의 사기는 어떻게 되겠는가?
그 점에서 그는 훌륭한 지휘관이라고 할 수 있었다.
그 냉혈한(?) 정 진수 대위가 고국에서 온 편지를 보고 혼자 울게 한 사연이
무엇일까? 궁금했다.
집요하게 묻는 나에게 그가 들려준 얘기는 오랫동안 몸이 좋지 않던 아내가
죽었다는 소식이 왔다는 것이다. 이 사람에게 뭐라고 위로의 말을 해야 하나?
“중대장님 곧 휴가신청을 하겠습니다.”고 말 하는 게 고작이었다.
전장이라고 하지만 당시에 본국에 그런 일들이 있을 경우 휴가가 가능했다.
“아니야 이미 끝난 일 아닌가? 내가 간다고 그 사람이 살아오는 것도 아니고,
이 일은 자네만 알고 있고 일절 함구해주기 바라네.”
중대장은 담담하게 말 했다.
“중대장님 그래도…….” 말끝을 흐리는 나의 어깨를 두드리면서 애써 어색한
미소를 보이며, “내 부하들을 전장에 남겨두고, 휴가를 간다는 것은 나로서
스스로에게 용납할 수가 없으니, 비밀로 하자는 거야 알겠나.”
정 진수 대위는 그렇게 말했다.
누가 이 사람을 냉혈한 이라고 할 것인가? 이런 중대장을 모시고 있는
중대원들은 진실로 행복한 사람들이라고 생각하면서 중대장 실을 물러 나왔다.
그 분의 말씀대로 나는 그 일을 나만의 비밀로 간직하고 있었으나, 년 전에
그 분이 세상을 떠났다고 들었으니, 이제야 말하는 것이다.
그 후 정 진수 대위가 임무를 마치고 귀국을 한 뒤 헌병출신의 이 승기 대위가
중대장으로 부임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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