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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참전기
작성자 初心
작성일 2009-01-31 (토) 16:08
ㆍ추천: 0  ㆍ조회: 992      
IP: 121.xxx.52
호이안 전선의 드리운 전운(10)
미국영화 Com bat(전투)은 주인공 앤더슨 중사가 이끄는 미 해병분대가
치열한 전투를 치루면서 겪는 일상들을 그린 영화로, 마치 이 전쟁에서
말없이 사라져가는 우리 보병전우들의 자화상을 보는 것 같고,
또 포병이라는 병과덕분에 그 보병들을 지원하는 젊은 해병들의 전투의욕을
부추기며, 대리만족을 하게하는 어떤 면에서는 군 홍보영화 같은 것이기도 해서,
인기가 있었다.
영화 상영시간이 되기도 전에 여기저기에서 삼삼오오 모여든 청룡들은 영화상영이
취소되었다고 하자 모두 실망을 안고 돌아갔다.
각 중대는 초소근무자를 제외하고 전원 밖으로 나오지 말라는 명령이 하달
되었다. 초소에 순찰을 돌아야 하는 하사관들도 이날 밤은 순찰을 돌지 않아도
된다고 했다. 대원들은 여기저기서 수군대고 있었다.
무엇인가 대대에 변고가 있는것이라고 불안 해 하는 어린 병사들도 있었다.
그러나 제일 불안한 사람은 나일 수밖에 없었다.
공연히 죄 없는 사람을 의심하는 것은 아닌지, 외박하겠노라고 찾아왔던 그의
선하게 보이는 얼굴이 떠올라 도리질을 하며 떨쳐내야만 했던 그 밤,
영화 상영이 예고되었던 그 시간에 아니기를 바랐던, 내 생각이 틀리기를
그렇게 빌었는데 문제의 122mm라켓포가 그 특유의 소리를 내며 날아오기
시작 했다. 조선시대 우리의 신형무기인 “신기전” 처럼 괴음을 내며 날아오는
라켓포, 아무리 그 발사장소를 찾으려 해도 신출괴몰하여 찾지 못하여,
청룡포병의 자존심을 구기게 한 그 라켓포의 공격이 한참이나 계속되었다.

이젠 의심의여지가 없었다. 우연의 일치로 보기엔 그 월남군 중사의 미심쩍은
행동이 들어나기 시작한 것이다.
이런 일도 있었다. “언젠가는 함께 부대 밖을 나갔는데, 이 친구가 감쪽같이
사라졌다가 30분이나 지나서 나타났다.”
“그러고 보니 지난번에 앨빈이 작전나간다고 했는데 우리 관측반에서 사격요청이
왔지만 사격을 못한 것도 이자의 짓인 것 같다.” 고 작전장교가 말했다.
그 외에도 그동안 그의 석연치 않은, 이해할 수 없는 행위들이 들어났다.

“이 자를 어떻게 처리하는 것이 좋겠는가?” 이제는 이것이 문제였다.
잡아다 고문이라도 해서 자백을 받았으면 좋으련만 그럴 수 도 없는 처지다.
공식적으로 그는 월남군에서 우리대대에 연락관으로 파견 나온 우방의 현역
중사였던 것이다.
“이 일은 일단 대원들에게 비밀로 한다. 대원들의 사기문제를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내가 여단에 보고하고, 월남군 사령부에 통보하여 소환하도록 조치하겠다.
그 후에 월남군이 군법에 회부하던지 여부는 그들의 권한이 되겠지.”
대대장은 그렇게 말하고 곤혹스런 표정으로 “허 참 기가 막히는군. 무슨 놈의 전쟁이
이 모양이야” 라고 말하며 누구에게 라고 할 것 없이 신경질을 부린다.
“대대장님 전시인데 우리가 즉결처분을 하면 안 됩니까?” 하고 내가 철없이
말했다.
“뚜렷한 물증이 있는것도 아니잖아! 그리고 자칫하면 월남군과 마찰이
생길수도 있어, 일 크게 만들지 말고 내말대로 하도록 해”
이렇게 결론 지워지고 말았지만, 나로선 아쉬운 결과이기도 했다.
다음 날로 놈은 월남 정부군에 의해 조용히 소환되었고 후임자를 보내겠다고
통보해 왔는데 우리대대장이 “당신네 연락관 필요 없어 필요하면 우리가
다시 요청 할 테니 그리 알라” 고 완강하게 거부했다.
그 전쟁을 나는 이상한 전쟁이라고 표현 하거니와 당시의 월남이 정치, 경제
사회 전반에 걸쳐 부패했을 뿐 아니라 군 내부에서도 사회주의와 민주주의가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었던 것은 사실 이였던 것 같다.
마치 광복 후 우리나라의 제주사건이나, 거창 사건들 처럼 월남은 혼돈을
자초하면서 서서히 무너져 가고 있었다.
전쟁 중에 학생들이, 불교지도자들이, 반정부 데모를 하며 거리를 누비고 있었고,
대통령을 비롯한 지도층 인사들은 금괴를 만들어 해외도피를 구상하고 있었다.
“누구를 위하여 종이울리나?”라는 불후의 명작이 있지만, 이 전쟁에서
우리는 누구를 위해 싸워야 하는지 강한 의구심을 떨칠 수 없는 작은(?)예가
아닐까 싶다.

전장에서 전투에 지친 병사들의 사기를 올려주기 위한 위문공연단이 심심찮게
고국에서 찾아와 주었다.
문주란이라는 소녀 가수의 허스키한 목소리는 전장의 병사들의 향수를 자극했고,
카니. 홍이라고 불리는 여 가수의 섹시하고 현란한 몸동작은 젊은 청룡들을
환호하게 했다.
위문공연이 있는 날이면 병사들은 전투복을 말끔히 세탁하고, 주름도 잡고
한껏 멋을 부린 모습으로 마음 설레며 작전이 없는 인근 부대원들이 차량으로 모여
들었다. 연병장에 임시로 마련한 무대에서는 이곳이 전장이라는 것을 잊을 정도로
화려하게 장식되어 있었다.
그 날은 아침부터 하늘이 회색빛으로 물들어 혹 공연 중에 비가내리면 어쩌나하고
걱정하고 있었다.
여단 본부로부터 공연단을 안내하여 가라는 지시를 받고 트럭 두 대에 호로를 씌우고
여단본부로 가서 공연단을 인수해 오게 되었다.
무용수들의 대화 한 토막 “야 나 어떻게 해?” “왜?” 다른 무용수가 반문한다.
“어제 밤 무용복 팬티가 없어 졌어, 어떻게 춤추지?” “어머 너도 그랬어? 나돈데”
“할 수 없지 뭐, 나체로 춤 출수는 없잖아, 바지 입고 춰야지”
그랬다. 여자의 속옷을 가지고 있으면 총알이 피해간다나 뭐? 어쩐다나! 해서
위문공연단의 여자출연자들의 속옷이 몽땅 없어지곤 했던 것이다.
공연이 시작 되었다.
요즘은 MC라고 불리는 당시에 사회자는 위키 리라고 불리는 가수 출신이었는데,
공연이 시작되고 얼마 안 되었는데 비가 쏟아지기 시작 했다.
질서정연하게 앉아서 공연을 관람하던 좌중이 쑬 렁이기 시작 했다.
다른 부대에서 대원들을 인솔하고 오신 소령 한분이 앞으로 나섰다.
“청룡!” “악” “청룡!” “악”
“빗물이 뼈다귀 속으로 들어가나?” “아닙니다.”
“그렇다면 청룡답게 그대로 동작 그만 자리를 이탈하지 않는다.”
“악”하고 우렁찬 박수가 터져 나왔고, 그 모습을 지켜보던 사회자 위키 리 는
끝내 눈물을 흘리면서 진행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청룡 장병 여러분! 제가 수없이 많은 공연을 다녔지만 오늘 처럼 감동적인 관객은
처음입니다. 여러분 모두 한사람도 빠짐없이 귀국해서 고국에서 만나기를 하느님께
기도하겠습니다. 여러분에게 신의 가호가 있기를....” 그는 끝내 말을 잇지 못하고
울음을 삼켜야 했다.
청룡에 얼굴에도 빗물에 감춰진 눈물이 흘러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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