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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참전기
작성자 初心
작성일 2009-02-01 (일) 1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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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P: 121.xxx.52
호이안 전선의 전운(戰雲)(11)
미리 밝혀 오해 없기를 바라며,
이 글을 전장일기처럼 기록하여 남기려 함은, 필자 자신이 보병전우들 처럼
치열한 전투 현장에 있지 않았고, 포병이면서 포 분대장을 하지 못했다.
병과와는 상관없이 전쟁의 최고급 비밀은 아니라 해도 비밀문건에
근접했던 필자로서 보고 느낀 것을 가능한 한 흥미 있고 지루하지 않도록
담담하게 쓰고 있다.
정보라는 특수한 위치에서 당시의 상황을 일기나 메모 등 어떤 형식으로도
기록의 잔해를 남기는 것이 군 보안상 있을 수 없어 아무것도 그때의 상황을
정확하게 할 수 있는 근거는 없다. 다만 필자의 기억에 의존하여 쓰고 있음으로
보는 이의 관점에 따라 상이할 수 있다는 것도 고려해 주기를 바라며,
본문 호이안 전선의 전운을 담담하게 쓰고 있음을 밝힌다.

미국이 그 전쟁에 천문학적인 전비(월20억$)를 쏟아 붓고 이 아름다운 나라를 초토화
시키는데 동원된 장비는 어마어마했다.
이름도 생소한 각종폭탄들이 항공기에 의하여 무차별 투하되었고,(매달 10만t이상)
지상에서는 거대한 8인치 포를 비롯한 155mm, 105mm. 4.2인치중포 등
나열할 수 없을 정도의 엄청난 량의 중화기 포탄들을 그 땅에 쏟아 부었다.
자유와 정의를 수호한다는 대 명제아래 우리 한국군이 그 전장에 파병되었지만,
막상 현지에 와서 전투를 치루며 병사개개인이 느끼는 것은 무엇이 정의이고,
무엇이 평화인지 가치관의 혼란을 가져오기도 했다.

소설가 황석영 씨는 한겨레21 273호 특집 베트남 종단 특별르포 한국군 양민학살
현장을 보고 쓴 글에서, 미군 사령관 웨스트 모얼 랜드가 기존의 작전이었던,
적을 색출하여 섬멸한다는 것을 전환하여 자연 취락지역을 분쇄한다는 작전으로
전략 촌을 정해놓고, 그 외의 지역을 자유살상지역으로 만들면서,
“밀라이학살, 쾅트리 사건 등이 발생했다고 했다.
그러나 나의 생각은 좀 다르다. 전략 촌이란 개념의 차이가 있어서인지는 모르겠으나,
우리군은 작전개시 전에 여러 가지 방법으로 양민을 소개시키고, 작전을 감행했으며,
소개하지 않은 자들을  게릴라로 판단하였고 이를 섬멸했던 것이다.
또 북한군 군사고문단이 한국군으로 위장하고 자신들에게 비협조적이며, 한국군에게
협조적인 자연부락을 무차별 공격한 후 한국군의 만행이라고 주장했을 개연성이
충분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당시 그런 첩보도 있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여하튼 그 전쟁에서 천문학적인 막대한 량의 포탄이 소요 되었던 것은 사실이었고
그로 인한 양민의 희생은 불가피 했을 것이다.

이제 다시 우리 청룡포병의 이야기로 돌아가 보자.
내가 근무하는 동안 우리포병이 파병 후 40만 발 째를 당시 여단장 김 연상 장군이
호이안포병대대 진지에서 직접 방아 끈을 당겨 사격을 했다.
그렇게 청룡은 상상할 수도 없는 량의 사격으로 105mm 포를 혹사(?)시키고 있었다.
그것이 한 사람의 보병전우라도 더 살려야 한다는 포병들의 피눈물 나는 전우애였을
것이다. 하루 밤에 2,000발을 사격한 날도 있었으니, 대포인들 남아날 수가 있었을까?
결국 5중대에서 사고가 나고 말았다. 105mm포의 몸통이 파열된 것이다.
그 사고로 귀국을 얼마 남겨놓지 않은 사수가 전사하고 말았다. (사진보관)
2,000발의 포탄이면 대한민국 해병대가 국내에서 2년간 훈련으로 소비하는 포탄의 숫자와 같은 량이다.
급기야 미군은 우리에게 내 주는 포탄을 제한하겠다고 통보해 왔다.
나는 우리 군수장교와 함께 미 군수지원단(?)을 찾아갔다.
“아니, 포탄을 줘야 지원 사격을 할 것이 아닌가?” 군수장교가 항의 했다.
“물론 그렇소! 허지만 당신들은 포탄을 너무 많이 사용한단 말이요”
“뭐? 아니 그럼 지원 요청 들어오는데 포탄이 없어 지원할 수 없다고 하란 말이야!”
언성이 높아졌다.
“상부의 지시입니다.” “빌어먹을 상부는 무슨?”
“그럼 도대체 얼마나 주겠다는 거야?”  “현재의 반 정도 줄 수 있습니다.”
“이런! 내가 지금 구걸하러 왔는지 알아?”
“더 이상은 어쩔 수 없습니다.” 미군 담당관은 완강하게 거부했다.
군수장교는 오른 손으로 허리에 차고 있는 권총 을 툭툭 치고 있었다.
나는 일촉즉발에 위기라고 생각 했다. 이 군수장교는 별명이 도깨비 대위다.
고참대위로서 동기들은 모두 진급되었으나 아직 진급을 못한, 그래서
도깨비가 되었단다. 무슨 짓을 할지 조마조마 했다.
“군수장교님! 그럼 우리지역에만 지원하겠다고 하십시오.” 라고 내가 말했다.
“좋소, 당신들이 포탄을 줄 수 없다면, 할 수 없지 그 대신 앞으로 우리는
우리 한국해병대 책임지역에만 지원을 할 수 밖에 없소. 당신들 미군 지역에는
우리가 지원할 수 없다는 것을 당신 상부에 보고하시오.”
이렇게 해서 우리는 미군에게서 필요한 량의 포탄을 받을 수 있었다.
참으로 이상하고 별난 전쟁이 아닐 수 없다.

그 무렵 대대장  김 해근 중령이 귀국하고, 이 형직 중령이 부임했다.
이 형직 중령은 동기생들이 거의모두 대령이라 대령 급 중령이라고 했다.
전임 대대장에 비해 상대적으로 엄격 했고 무게(?)가 있었다.
일선 지휘관 을 하지 않아 진급이 늦어진 케이스이다.
대대장이 바뀌고, 본부 중대장도 바뀌었다.
정보장교는 수도 없이 바뀌어서 내가 다른 중대장들의 이름은 기억하고 있는데,
오히려 내 직속상관인 정보장교들의 이름을 기억하지 못하는 이유다.

건기가 지나고 우기가 왔다.
우리가 주둔하고 있던 지역은 모래땅임에도 불구하고 물이 땅으로 스며들지 않고
그대로 고이는 것이다. 비가조금 내렸을 때 모래를 발로 슬쩍 차올리면 마른 모래가
나온다. 무슨 원리인지 무슨 모래인지 과학적으로 말할 수는 없다.
우기 철이 돌아와 비가 내리니 부대는 물에 잠길 듯 물이 고였다.
각 벙커마다 문 앞에 모래부대를 쌓아올려 물이 들어오는 것을 막아야 했다.
외곽 초소는 교통호에 물이 고여서 행동에 많은 지장을 주었고, 어떤 날에는
주계에 식사를 하러 갈 때 에어 매트에 식기를 얹어놓고 밀고 물속을
걸어가기도 했다. 외곽 초소 근무자들은 무섭게 파고드는 졸음으로 몸이 반쯤
물에 담겨 있는 상태에서도 잠을 자고 있었다. 참으로 인간의 적응력은
어디까지 일까? 그 놀라운 적응력이 인류가 멸종되지 않은 이유인지도 모른다.
어느 날 비가 잠시 멈춘 틈을 타서 외곽초소의 교통호를 뜯어내고 진지내의
물을 빼 냈는데, 대대 앞마을에 촌장을 비롯한 주민들이 몰려와 항의를 하는
것이었다.
항의의 내용인즉 우리 부대에서 나가는 물 때문에 가옥 한 채가 수몰(?) 되었으니
변상하라는 것이었다.
민사장교와 함께 나가보니 문제의 가옥 옆으로 물줄기가 형성되어 흐르면서
지반이 침수되어 집이 비스듬히 누워 있었다.
집이라야 우리나라의 원두막처럼 만들어진 가옥인데, 지금 내 기억으로 쌀30포를
주었던 것 같다.
이렇게 이국에서의 생활도 막바지로 가고 있었다.
귀국을 하게 되면 나는 무엇으로 귀국박스를 채워야 할 것인가를 생각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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